
최근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학교폭력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행정심판 청구기간이 90일인데, 이 기간의 마지막 날에 맞춰 청구를 하면 상대 보호자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행정사로서가 아니라,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다툼이나 절차상의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일상과 자존감,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보호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에서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마치 승부를 보듯 접근하려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상담이 들어올 경우 저는 양해를 구하고 상담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기술’로 바라보는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정심판을 마지막 날에 제기하면 상대가 당황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설령 상대방이 아직 행정심판을 제기할지 고민 중인 상태라 하더라도, 이를 방어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청구기간이 종료되기 며칠 전, 온라인 행정심판 시스템을 통해 최소한의 형식만 갖추어 청구를 해두면 됩니다. 실제로 다툴 준비가 완전히 되지 않았더라도, “처분이 부당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접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후 상대방이 아무런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청구를 취하하면 되고, 만약 상대 측이 막판에 청구를 하더라도 동시에 대응하면 됩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절차만 이해하고 있어도, 이른바 ‘기습 청구’에 휘둘릴 일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모든 절차는 요령이나 꼼수가 아니라 아이의 회복과 보호를 중심에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보호자 확인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호자 확인서는 학교에서 정해둔 양식에 따라 보호자가 직접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문서입니다.
반면 변호사나 행정사가 작성하는 의견서는 법률적 판단과 해석을 담은 문서로, 역할 자체가 다릅니다. 두 문서를 혼동해 보호자 확인서에 법조문이나 판례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보호자 확인서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보호자가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그 이후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있는 그대로 정리하면 됩니다.
확인서의 첫 부분에는 자녀의 기본 인적사항을 기재합니다.
이후에는 사건을 알게 된 경위와 실제 발생한 내용을 시간 순서에 따라 구체적으로 작성합니다. 날짜, 장소, 행위 내용, 당시 주변에 있었던 학생 등이 빠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성 공간이 부족하다면 별지를 활용해도 무방합니다. 이 경우에도 문장을 어렵게 꾸미기보다는, 누가 보더라도 상황이 그려지도록 간결하게 적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자녀의 상태와 보호자의 조치입니다.
사건 이후 아이의 정서적 변화, 신체적 증상, 병원 진료나 상담 여부, 등교 거부나 체험학습 등 실제로 취한 조치를 중심으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이는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아이의 피해 정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교우관계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자녀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 그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진술이 엇갈릴 경우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목격자나 주변인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가해학생과의 평소 관계도 사실 그대로 적어야 합니다. 친분이 있었는지, 장난으로 시작되었는지, 언제부터 부담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는지 등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됩니다.
자녀에 대한 참고사항에는 성격, 생활 태도, 가정에서의 모습 등 심의 과정에서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작성합니다. 특히 사건 이후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건 해결에 대한 보호자와 자녀의 입장을 작성하게 됩니다.
화해의 여지가 있다면 그 의사를 솔직하게 적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관계 개선을 언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안의 정도에 비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자녀의 안전과 일상 회복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호자 확인서는 결코 전문가의 글이 아닙니다.
법률 문장도, 판례 인용도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문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보호자라면 누구나 충분히 작성할 수 있는 문서이며, 조용한 시간에 차분히 정리하면 충분합니다.
학교폭력은 절차를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지키는 문제입니다.
이 점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상담 / 문의 : 02-591-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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